당신은 가족과 언제 여행을 마지막으로 갔었는가? '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에...'라는 좋은 핑계를 대며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언제...갔었더라..?"
이해한다. 우리는 취업하기 바쁘고, 직장이나 사업 일로도 바쁘고, 친구들도 만나고, 주말엔 연애도 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가족과의 일정으로 바쁘진 않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 우리 가족도 약 4년 만에 여행을 가게 됐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한 번 했을 정도로 긴 기간이다. 여러 핑계를 대며 가지 못했다.
2016년 : 강원도 속초 여행
2018년 : 일본 오키나와 여행
2020년 : 전라도 여수 여행 (코로나로 취소)
2022년 : 인천 영흥도 럭셔리풀빌라
우리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나, 남동생으로 되어 있다. 동생은 나와 2살 차이다. 아들 둘인 집안임에도 불구하고 꽤 여행을 잘 다녔다.
사실 2016년에 속초로 여행을 간 이유가 있었다. 내가 군 입대를 하게 됐다. 처음으로 아들이 군대를 가기도 하니, 그전에 가족이 다 여행을 간 셈이다.
정말 좋은 가족여행이었다. 회도 많이 먹고, 오징어순대도 먹었다. 바다도 보고 훌륭한 1박2일이 됐다.
(어머니가 저녁에 주먹구구로 영상편지를 준비해 주시기도 했다ㅋㅋ)
가족이 2018년에 떠난 첫 해외여행이다. 나와 남동생은 군대를 전역한 시기가 비슷했다. 무사히 전역한 기념으로 해외를 가기로 한 것이다.
운전은 내가 맡고, 모든 계획은 동생이 짰다. 부모님은 뒷좌석에서 편안히 여행을 즐기셨다. 연신 아들 둘 키워놓은 보람이 있다고 좋아하셨다.
2020년 2월이 됐다. 2년에 한 번씩 여행을 가자며 다시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고 아쉽지만 여행은 가기도 전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갑작스레 아버지가 피부암 3기 진단을 받으셨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소식을 들은 첫 주는 아비규환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진정이 되니, 내가 느낀 점이 있다.
"누리고 있던 행복은 한순간에 뺏기기도 하는구나."
피부암은 예후가 굉장히 중요하다. 5년 동안 치료를 잘 받으셔야 한다. 수술하신 후에는 치료에 전념하셔야 하기 때문에 나는 발을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거창하게 속초 여행, 오키나와 여행이 아니더라도 모처럼 가족끼리 바람을 쐬러 나가고 싶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정신이 없기 때문에 아들들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대부도 글램핑장을 가려 했지만, 영흥도 럭셔리풀빌라로 결정했다.
프라이빗하게 다녀올 수 있음이 가장 중요했다. 연일 코로나 상황이 심했고, 아버지는 수술하셔야 하는데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 난처해지기 때문이다.
다녀간 풀빌라는 대체로 좋다. 1박에 60만 원이지만, 돈이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이러려고 돈 벌고,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모처럼 주말에 시간 내서 장도 보고, 물놀이도 잠깐 하고, 저녁에 고기 먹고 술 먹고, 화투친 게 전부다. 소소함 속에 가족이 함께할 수 있음에 행복했다.
막상 여행 가서 혹시나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프진 않을까 걱정도 했다. 할 필요가 없는 걱정이었다. 모두가 다 잘 놀고 와서 다행이다 싶다.
2016년, 2018년에는 모두 어떠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도 암 진단이라는 이유가 있어서 부리나케 다녀왔다. 가족여행에는 이유가 필요 없지 않을까 싶다.
'풀빌라가 좋았기 때문에 여행이 만족했다.'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가족은 자체만으로 소중하기 때문에, 무엇을 한들 좋은 셈이다.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여행의 중요성을 더 여실히 느낀 하루였다.
가족여행을 간 지 오래됐다면, 시간 내서 잠깐 바람이라도 쐬고 오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