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로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은퇴 이후 100세까지 살아갈 여유 자금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호모 헌드레드는 축복인 동시에 노후를 위해 자산을 더 모으거나,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야 하는 부동산 인간으로서의 고민도 함께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럴수록 부동산에 대한 건전한 투자가 요구된다. 그것이 호모 프라이디오룸으로서의 품격이기 때문이다.
지난 60년간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25년 이상 늘어나는 동안 기업체나 공무원 정년은 5년이 늘었다. 수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서 100세 삶이 보편화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가 되었다. 전례 없는 수명연장을 두고 혹자는 인류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하고, 혹자는 노후의 경제력과 건강을 걱정한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였지만 인류의 환희와 걱정거리는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서 수명이 20~30년 늘어난 것은 축복이지만 그만큼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더해야 하는 숙제도 떠안았다. 수명연장으로 60세 퇴직 이후의 삶이 길어졌다. 하지만 대다수 직장인들은 여전히 정년 60세의 직장에 ‘올인’하고 남은 운명을 회사에 맡긴다. 한곳만 보고 전력으로 질주하던 어느 날, 그동안 익숙했던 자리를 모두 빼앗아가는 통보를 받는다. 본인이 먼저 회사를 자르고, 자발적으로 걸어 나가지 않는 한 이런 일은 회사원의 숙명이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가루가 되는 순간이다. 이런 일은 항상 남의 일로 보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일이 된다.
그동안 나를 든든하게 지켰던 회사 직급이나 사내 지식, 평판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고, 퇴사를 하고 나면 한동안 무능력자가 된다. 회사가 원하는 분야에서 전문가였으나 다른 많은 분야에서 ‘전문 바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에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대학이나 대기업에서 배웠던 지식들은 화려한 가상의 세계일 뿐이다.
바깥세상은 이론이 아닌 실전이고 허(虛)가 아닌 실(實)의 세계이다. 설사 직장에서 치열하게 생활하였다 해도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나의 경우 퇴직과 함께 기술과 평판, 인맥까지 대기업이라는 용궁 속에 고스란히 두고 나온 토끼에 불과했다. 퇴직 이후 한참의 시련과 시행착오를 겪은 이후에야 비로소 현장에서 경쟁력이 생겼다. 다행히 실패의 경험과 성공의 경험은 겹겹이 누적되어 목표를 향해 가는 여정에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였고, 성공확률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껴 퇴직하기 전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책으로 엮었다. 50대 이후 생애설계를 한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되돌아보는 것이고,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100세 시대의 롤모델이 없다. 90세, 100세를 넘긴 사람들은 자신이 이렇게 오랫동안 살 줄 몰랐다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 노인파산율 1위, 노인자살률 1위이고 주된 원인은 생활고와 외로움, 만성질병이다. 재무적 준비는 참담하고 65세 이상의 고령자 84%는 만성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은퇴자가 준비해야 할 7대 생애설계영역은 일, 재무, 건강, 여가, 사회공헌, 가족, 사회적 관계이며 이 중에서 퇴직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일과 재무, 건강과 사회적 관계에 관한 것이다. 이를 위해 퇴직 후에는 근로소득을 올리려는 노력 이상으로 자산의 포트폴리오와 재무설계가 중요하다.
노후준비는 경제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작 스마트폰 하나 모른다고 누군가의 삶이 멈춰서는 안 된다.”
이 문구는 내가 스마트폰강사로 잠시 일했던 서울시50플러스재단 ‘디지털세대 이음단’의 모토이다. 다수의 고령자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디지털문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스스로가 소외되고 있다.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해 주문을 할 수 없거나 은행지점 폐쇄로 인터넷뱅킹을 할 수 없는 고령자들의 불만이 쌓여 가고 있다.
노후나 먼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불안감을 불러오기 때문에 일부러 눈을 감고도 싶다. 사주팔자나 운명론에 맡기고도 싶다. 그러나 배워야 눈이 떠진다. 실패 원인 중에 가장 큰 것은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조차 인정치 않는다. 배움은 오늘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내일을 예측하는 힘이 된다. 학교나 회사에서 배우지 못한 투자와 지식창업 교육을 위해 나는 예비퇴직자를 위한 〈창업과 투자 스쿨〉을 강남에서 개설하였고 매주 토요일 초청강사들로부터 강연을 듣는다. 탈무드에서 ‘세상에서 제일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배우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지금 이대로를 감사하며 사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를 말하며 배우는 기쁨을 이야기하였다. 요즘 나도 배움이 주는 기쁨과 힘을 실감하고 있다.
장수의 시대에 인생 후반기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나 자신을 최고로 표현하고, 벼룩처럼 뛰어오르듯 제2의 비상(飛翔)을 하였으면 한다. 중년의 피 속에도 태양이 몇 개나 들어 있다. 타인의 삶을 흉내 내거나 평균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고유한 삶이 예술작품처럼 빛났으면 좋겠다. 당장 퇴직 계획이 없는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훗날의 퇴직과 롱라이프 시대를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자기 속에 잠들어 있는 보석을 찾아 미래를 준비하였으면 한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연락이 올 법도 한데 회사를 그만둔 지 1년이 지났지만 아무 곳에서도 나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100세 시대에 50대 중반이라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데 퇴직으로 허리가 잘렸다는 느낌도 들었다. 지난 3년간 준비를 하면서 독자생존을 각오했지만 바깥세상은 먼저 나간 선배들의 말처럼 삭막하고 찬바람이 불었다.
퇴직 2년 전의 일이다. 연말에 찾아온 인사담당자와 명퇴 조건을 이야기한 지 일주일째 내 마음은 조기퇴직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나를 설득하러 온 인사팀 후배의 손에는 임금피크가 시작되는 55세부터 매년 삭감되는 급여명세가 계산되어 있었고, 그 수치를 합산하여 명퇴금으로 선반영해 준다고 하였다. 그러나 명퇴 요구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은 달랐다. 당시 회사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었고 일부 부서의 경우는 특수직 경력사원을 신규로 채용하고 있었다. 주가도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장래를 생각해서 전체 조직을 젊게 가져가려고 했다. 내가 느낀 감정은 마치 젊은 애인을 만나서 조강지처를 내쫓으려는 나쁜 남편과도 같았다.
회사는 대표적인 손해보험회사로 인터넷을 통한 다이렉트 가입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었다. 이는 우리 세대가 만든 브랜드파워 덕분이고 브랜드 가치에 우리의 땀과 지분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남아 있는 일부 선후배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 회사를 상대로 투쟁하였다. 나는 투쟁보다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누군가와 다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길지 않은 인생에서 회사든 누구든 다투고 싸우고 싶지 않았다. 인생 후반기에는 내 마음속의 보석과 자유를 찾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나를 세상에 표현하고도 싶었다. 결국 나는 인사담당자가 가지고 온 서류에 사인을 했다. 2년의 계약직 근무를 조건으로 퇴직을 결정했다. 2년간의 기간은 퇴직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계약직으로 신분을 전환하여 한직으로 옮겨 왔을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없어서 직장생활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회사 입사 6개월부터 매월 매년 동료들과 순위경쟁을 하였고, 관리자 시절은 팀의 책임자로 치열한 승부를 하였기에 직장에선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
50세 이전까지 직장생활은 너무나 좋았다. 매년 월급이 오르고 승진도 했다. 내가 승진하는 사이, 다른 한편에서는 고참 선배들이 직책을 빼앗기고 연봉을 삭감당한 채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매년 회사에서 생기는 일이고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이번에는 입사 27년차인 내게 불똥이 떨어진 것이다. 달려오면서 어렴풋이 이때를 예상했지만 그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고 이후 경사는 아주 가팔랐다.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퇴직을 했다. 총 29년의 긴 직장생활이었다. 연수원에서 신입 동기들과 집합교육을 마치고 현장 사무실로 배치받아서 선배들에게 신고식을 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전쟁터와 같았던 직장에서 꿈꾸던 임원승진에는 실패했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운 좋게 아파트도 구입하였고, 아이 둘도 성장하여 대학에 다니고 있으니 회사 덕분에 잘 살아온 것도 같았다.
조기퇴직을 결심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수명연장과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였다. 이전 세대는 나이 60세에 정년퇴직 후 손자손녀들을 돌보면서 소일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수명 100세 시대의 은퇴자들은 대부분 다시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실제로 정년퇴직 후에 집에서 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통계상으로도 한국 남녀들이 실제로 은퇴하는 나이는 72세이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고 향후 실제 은퇴는 더 늦추어질 것이다. 어차피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면 그 시기를 5~6년 앞당기는 것도 좋은 전략 같았다. 그 당시에는.
그러나 퇴직 이후에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의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것을.
회사 재직 시 만 50세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설계과정’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금융계열사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희망 퇴직연령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80% 이상이 현 직장에서의 예상퇴직연령을 55세로 정도로 꼽았다. 이후에는 지금과는 다른 직종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다고 했다. 갈수록 예상 퇴직연령은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체 자체의 수명이 짧아졌고, 존속가능성과 안정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5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들은 평균 51.7세에 부장급으로 정년퇴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정년퇴직 나이는 평균 49.5세,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정년퇴직 시기는 평균 51.7세,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체감하는 정년퇴직 시기는 평균 53.8세로 조사됐다. 또 55~64세 취업 유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 조사에서는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평균근속기간은 15년 7개월이고, 이들이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그만둘 당시 평균연령은 49.4세였다
그나마 1차 직장에서 정년을 다 채우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50~55세에 대부분 퇴직했다. 근무환경이 열악한 중소업체에서는 법적 정년은 아예 의미가 없고, 재무여건이 좋은 대기업의 경우도 60세 정년까지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정년 60세의 과학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고 사회적 편견에 불과하지만, 기업체에서는 사무직은 물론이고 육체노동자까지 60세를 가이드라인으로 정해놓고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생산성 피크가 되는 평균연령을 대략 47세~48세로 보고 있고, 그 이후에는 역할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가정한다. 결국 법과 시스템이 현실의 변화를 제때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대법원에서 육체노동자들의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인정하였으나 아직 대다수 기업과 공무원의 정년은 60세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60세에 은퇴해서 기대여명 종료일(83.3세)까지 산다면 23년간의 공백기가 있다. 참고로 OECD국가의 공식 퇴직연령은 65세이고, 실질적인 은퇴연령 평균은 남성 65.1세, 여성 63.6세로서 공식연령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정년이 아예 없고 일본은 70세, 독일은 67세로 규정되어 있다. 미국도 정년제도가 있었으나 ‘연령에 의한 고용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정년이 폐지되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노령화현상이 급속히 진행되어 2020년부터 베이비붐세대 중 일부가 65세 이상으로 진입하여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5.7%로 8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의 일자리는 난망하다.
첫 직장에서 일찌감치 퇴직하든, 정년에 퇴직하든 향후 100세 인생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실제 정년은 80세가 될 전망이다. 과거 우리는 30년간 배우고 30년간 일하고, 마지막 20~30년간은 노후를 소일하는 라이프 사이클이었다. 그러나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우리 생애 사이클에는 새로운 연장전이 생겼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에 대략 20~30년간은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을 더 해야 한다. 100세 시대의 기승전결(起承轉結)이 바뀌고 있다. 법적 정년과는 별도로 실제적인 가동연한은 70~80세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종전의 패턴이 기(성장)승(교육), 전(직장), 결(은퇴)이었다면, 현재의 패턴은 1차 은퇴 이후에도 여러 번의 승(교육)-전(직장)-결(은퇴)의 형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7.3년이 더 늘어났다.
이런 추세로 기대여명이 계속 늘어난다면 조만간 평균수명 90세, 10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제 기업의 임금체계의 개편과 정년폐지나 고령자 재고용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되었다. 2020년 기준 65~69세 사이의 젊은 노인들은 55.1%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이중 약 74%는 낮은 임금의 생계형으로 조사되었고 73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했다. 최근 기업 정년의 의미는 노동능력의 상실이 아니라 고임금 인력을 내보내고 젊은 인력을 충원하는 기업체의 수단이 되었다.
또한 수명연장으로 아이들 육아는 부모와 조부모의 공동육아가 되었다. 손주의 성장과정과 경제기반에 젊어진 조부모들의 역할이 커졌다. 아울러 최근 노동시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얼마 전부터 사무직과 건설현장직 임금 사이에 역전현상이 생긴 것이다. 사무직이나 서비스업에서는 자동화시스템으로 인력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건설현장직과 농업부문에서는 아직 무인화시스템의 진척이 느리고 인력수요가 많다. 반면 사무직 근로를 희망하는 대졸자들은 넘쳐나고, 현장 근로를 희망하는 사람은 드물어서 현장직 임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변호사 초임급여보다 건설현장 일용직 초임노임이 더 높아졌다. 지원자는 적고 외국인근로자의 유입은 막혀 있기 때문이다.
노인은 더 많아지고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해지고 있다. 2021년 1월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6.5%이고, 2025년에는 우리도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20년 정도 빠른 일본은 고령자 비율이 이미 인구의 30%를 넘어섰다. 일본은 수감자들의 고령화로 노역을 시키는 것이 곤란해지자 징역형과 금고형을 나누었던 수감제도를 금고형으로 통합하였다. 강제노역 대신 재활훈련을 시키는 것인데 수감자들이 너무 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허술하고 언제 빈곤층으로 추락할지 모르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종전의 ‘교육―직장―60세 은퇴’라는 3단계 생애 플랜으로는 노후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 정년 이후 새로운 일자리가 없다면 많은 사람들이 ‘노인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기준 경제활동인구 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중 장래 일하기 원하는 비율은 67.4%이고, 이들은 73세까지 일하고 싶어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때문이었다. 특히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79.9%)과 독거노인(78.2%)에게서 이러한 답변이 높았다.
베이비붐세대의 고령인구 진입으로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해마다 70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이들 고령자의 절반 가까이는 연금을 받지 못하고 연금을 받아도 충분치 못하다. 2021년 국민연금공단에 의하면 1인당 평균 수령연금은 월 55만 원 수준으로 최저생활비 정도였다.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 처음 시행되었고 그 이전에는 적립된 연금이 없기 때문이다.
통계상 노인의 경제력이 그나마 개선된 배경에는 신입노인으로 대규모 진입한 베이비붐세대의 영향이 크다. 2020년 조사에서 65세 이상으로 새롭게 포함된 1953년·1954년·1955년생은 총 173만 명으로, 전체 노인 중 2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세대는 고도성장기의 산업역군들이며 이전 노인세대와 달리 높은 학력수준과 가처분소득, 소비지출, 총자산 등이 많은 젊은 노인들이며 노인 취급받기를 거부한다. 베이비붐세대를 1955년생에서 75년생까지 확장하면 인구수가 총 1,700만 명에 달해서 향후에는 우리나라도 시니어천국이 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갱년기 증상이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남성의 갱년기 증상이 더 깊고 심각하다. 주변에서 불면증 등 갱년기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이지만 통계상 자살률은 40~50대 이후의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면에서 남성들은 강건해 보이지만 취약하고, 여성들은 취약해 보이지만 강건하다. 같은 연배의 노인이라도 여성노인은 가사노동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농촌지역 노인은 일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반면 도시노인의 경우 유급노동이 불가능해지고 역할의 변경이 요구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는 크게 상승한다.
여성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줄 알고 대응이 유연하다. 반면 중년의 남성들은 그들 아버지 세대를 닮아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 그들은 마음이 아프지만 말하지 못하고 술에 의지하거나 극단적 시도를 하게 된다. 같은 자살 시도를 해도 남성의 성공률이 여성보다 더 높다고 한다.
50대 이후 남성들의 높은 자살률, 호감도 저하, 사회적 관심 저하는 나쁜 징조들이다. 그러나 50~60대 남성들에게 희망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희망은 남아 있다. 역사에서는 불리한 조건에서 강한 적을 누르고 통쾌한 승리를 거둔 전투 사례가 많다. 방법은 배움과 변화를 통한 도전이다.
2021년 프로야구 오승환 선수는 마흔의 나이에 모든 젊은 투수들을 누르고 구원투수 부문 1위를 차지하였다. 고졸신인의 경우 나이가 19세이니 야구선수로서 마흔은 할아버지이다. 그는 원래 강속구 투수였으나 나이가 들면서 구속이 줄어들자 변화구 투수로 변신했다. 그의 슬라이더에 젊은 선수들이 헛방망이 돌리는 것을 보면서 솔개의 변신을 생각한다. 새 중에서 가장 장수하는 새 솔개는 태어난 지 40년쯤 되었을 때 중대 결심을 한다고 한다. 솔개는 40년이 되면 발톱이 노화되고 부리는 길게 구부러져 사냥하기 어려워진다. 깃털은 두껍게 자라 날아오르기 힘들어진다. 이때 솔개는 고통을 무릅쓰고 지금까지 지켜온 부리, 발톱, 털을 차례로 뽑아내고 새로운 부리, 발톱, 털을 갖게 되는데 이렇게 다시 태어난 솔개는 30년을 더 산다.
100세 시대에 우리도 여러 번의 시작과 여러 번의 은퇴가 필요하다. 궁즉통(窮則通), 극단의 상황에 이르면 해결할 방법도 생기는 것이다. 어떤 사건은 기존의 것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반전 30년의 삶은 20대에서의 생각이 결정하고, 퇴직 후 30년의 삶은 퇴직 당시의 생각에서 출발된다. 인간은 큰 변화 앞에서 도망가거나 맞서거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패자는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회피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승자는 그 상황을 인정하고, ‘어~ 재미있어졌네’ 하고 상황을 즐긴다고 한다. 시인 롱펠로는 “사람은 이 세상의 모루가 아니면 망치”라고 했다. 시인의 말처럼 중년 이후는 모루가 아니라면 망치가 되어야 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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